높은 겨울 하늘 아래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두 남녀 마주보며 서 있다. 주차장에는 늘어서 있는 차들 있고, 그 가운데 뒷자리 문이 열린 빨간 스포츠카 하나. 남녀는 그 차 헤드라이트 앞에서 대화한다. 이미 한 차례 폭풍 같은 대화가 지나간 듯, 둘 다 분위기 심상찮다. 남자, 류세이 흐느끼듯 말한다. 잘 잠가 두었다고 생각한 감정이 방울방울 새는 중이다. 하지만 울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카나에의 손과 팔목 사이를 가볍게 잡고 있다. 와중에 그녀가 아플까 싶어 습관처럼 배어나오는 배려, 팔을 잡아 당기지도 못하고 그저 늘어뜨린 팔에 닿았다는 것에 가까울 뿐이다. 류세이: 나 너 없으면 안 돼. 네가 나한테 뭐라고 말해도 나는 너 아니면 싫어. 여자, 카나에 침묵한다. 이건 아니다. 당신을 떠나온 건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