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흩날리는 교정, 졸업식.
류헤이가 걸어가는데 코하네가 뒤에서 팔을 붙잡는다. 두 사람이 제대로 마주하는 건 거의 한 달 만이다. 그러나 그간 약혼자로서 달에 한 번 있는 의무적 만남만 지속했기에 의미 있는 대화 자체는 반 년 만인 셈.
코하네: (숨 몰아쉬며) 꽃 준비했는데, 안 받을 거예요?
류헤이: (무표정) 내가 괜히 준비할 건 없댔잖아.
코하네: (찡그린다)…그래도 다들 생각하는 마음에서,
류헤이: (말 끊고) 됐어. 괜찮아.
코하네: 끝까지 그럴 거예요?
무시하고 걷는 류헤이, 굳은 얼굴이다.벚꽃잎 우수수 떨어지고. 울컥한 코하네, 등 뒤에 대고 외친다.
코하네: (큰 외침, 울 것 같기도 한 표정, 줌 인.) 대체 왜! (줌 아웃.) 어쩜 그렇게 류헤이 씨는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두 사람과 흩날리는 벚꽃 비추는 화면. 롱 숏.
류헤이: (멈칫하나 계속 걷는다. 속도 조금 줄어든 듯, 그러나 멈추지 못하는. 사실은 멈추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그래. 난 변하지 않아.
코하네: (멍하니 바라보다 달려가서 끌어안기) ...거짓말쟁이. (땅 바라보면서) 그럴 거면 저 왜 붙잡았어요? (혹시라도 놓칠까 꼭 쥐고 있는 두 손) 약혼자의 의무, 그런 거 아니잖아. 당신도 나한테 미련 남았던 거 아니야?
류헤이: (코하네 떼어놓고, 잡은 팔 밀어내는. 말하지 않고 앞만 바라본다. 여전히 돌아보지 않고 걸음 지속하려 한다.)
코하네: (확신어린 말. 크지 않지만 분명하게 한 자씩 힘주어) 그건, 당신 진심이 아니었어요.
류헤이: ……(침묵, 주먹 쥔다.)
코하네: 우리, 좋아지고 있었잖아요.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이해해 줄거라 생각해서 날 밀어낸 거죠. 아니에요?
드디어 류헤이의 걸음이 멈춘다. 코하네, 달려들듯이 뛰어 그 앞으로 향한다. 그런데 류헤이의 표정, 심상치 않다. 두 사람 눈이 마주치면, 그대로 무너지는 류헤이의 표정.
류헤이: (절망적 표정. 전에 없던 여유 잃은 얼굴.)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최악이었어. (거의 중얼대듯, 저주처럼, 토해내듯이.) 한 순간도 편한 적 없었어. 너 때문에 일상이 엉망이었어. 하루하루 지옥 같았어. (숨이 찬다. 말이 빨라진다.) 죽을 것 같아. 지겨워. 후회해. 왜 내가 널 신경써야만 하지? 왜 너 따윌 합격시켰지? 왜 그딴 웃기지도 않는 놀이에 어울려 준 거지? 왜 하필 널 만난 거지? 왜… 난 매일 널 떠올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거지…….
코하네: (충격이다.) 류헤이 씨...
류헤이: (울 것 같다. 이유는 이미 안다. 체념한 얼굴. 이젠 인정해야 한다. 사랑하지 말 걸 그랬다.) …텐도 코하네.
코하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쳐다본다. 손을 내밀었지만 붙잡지 못한다. 망설이고 있다.)
바람 확 불어온다. 장시간 침묵.
그때 류헤이 눈앞에 지나가는 코하네와의 추억들. 밤새 함께한 공부, 코하네 집 소파에 나란히 앉아 같이 봤던 영화, 엉망이었던 첫키스, 똑같이 벚꽃 흩날리던 그날 마주했던 카미시로의 피웅덩이까지 떠오른다. 그런데 다가가 보니 거기에 피칠갑을 하고 누워 있는 건 사실 코하네다. 그 장면에서 회상 스톱, 현실로.
류헤이, 웃는다. 그러나 울 것도 같다.
류헤이: (드디어 뱉어낸다. 3년 넘게 참아온 말이 마음을 무너뜨리고 입속에서 피어난다.) 사랑해.
(그리고 뒤이어 나온, 상황과 어울리지 않으나 가장 진심이며 필요한- 하고 싶지 않았던 말.) …우리, 파혼하자.
하단은 위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한 로그 커미션입니다. (ⓒ로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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